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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올인하기?!

category IT 기획/PO, PM, 기획자 2020. 8. 27. 10:00

주니어 기획자 때부터 7년 차까지 회사에 모든 열정을 쏟아붓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IT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 때 자그마한 에이전시에 들어가 한 달에 4~5개의 클라이언트를 상대했습니다. 영업직이 계약을 따오면 이후 사이트 런칭까지는 제가 책임지게 되었죠. 매일매일 클라이언트에게 욕먹고 선배 개발자, 디자이너에게 욕먹고 부탁하고 조율하느라 하루 일과 시간을 다 보냈습니다. 그리고 밤늦게까지 설계를 했죠. 첫 10개월은 이러한 날들의 반복이었습니다. 기획을 배우고 싶어서 여러 스터디 그룹을 찾아다니기도 했었네요! 

 

그런데 10개월간 이 생활을 반복하다 보니 웹사이트 만드는 게 별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개월간 기업, 쇼핑몰, 음식 체인점, 학원 등 40여 개의 사이트를 런칭했거든요. 그래서 제가 직접 사이트를 수주하고 이전 회사의 개발자, 디자이너를 사이드 프로젝트로 참여시켜 2달간 직접 웹사이트를 계약하고 납품했습니다. 프로젝트는 깔끔하게 마무리되었지만 개발자, 디자이너 외주 비용을 주고 나니 저한테 남는 게 100만 원 밖에 없더군요. 그래서 이건 아니다 싶어 에이전시형 생활을 끝마쳤습니다. 

 

다음으로는 큰 기업에서 IT 운영 일을 해보고 싶어서 <온라인 직무 교육 포털 - 크레듀>에 3개월 계약직으로 입사했습니다. 크레듀는 삼성 계열사였고 삼성의 모든 임직원에게 온라인 직무 교육을 제공하는 회사였습니다. 선임 기획자가 출산 휴가로 3개월간 자리를 비우게 되면서 땜빵 기획자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휴가 복귀를 못하게 되면서 쭈욱 이어서 했습니다. 이때 중견기업-대기업의 업무 방식을 경험해보게 되었습니다. 개발팀이 따로 분리되어 다른 층에 있고 우리 파트에는 팀 리더, 기획자 2명, 디자이너 8~10명, 퍼블리셔 1명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이미 회원을 100만 이상 보유한 서비스였고 직무교육, 금융, 오픽 등의 서비스가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다수의 회원을 대상으로 운영파트에서 경험할 수 있는 대부분의 것들을 경험했습니다. 

 

이 당시 이벤트 프로모션도 엄청 많이 기획했는데 매번 새로운 이벤트를 기획하느라 아이디어 짜내기가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한 번쯤은 경험해 보셨을 룰렛 이벤트, 도서 증정 이벤트, 게임 이벤트 이런 것들도 기획하고 웹진도 운영하고 그랬었네요. 이때도 야근을 참 많이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굳이 안 그래도 됐는데 잘 보이고 싶었나 봅니다.

 

여기서도 1년쯤 지났을 때 변화가 생겼는데 제가 존경하는 사수가 크레듀를 떠나 메가스터디로 이직을 하게 되면서 같이 가자고 제안을 해주셨고, 같은 시점에 <삼성 인재개발원의 - 해외 주재원 포털>을 총괄 운영했고, 기획 도서 출간 등 회사 내 명망이 높았던 다른 부서의 선배가 여행 스타트업을 창업해보자고 제안해 주셨습니다. [여행+스타트업]은 제가 늘 꿈꿔왔던 분야여서 합류하게 되었는데 투자자가 대전에 있어서 대전으로 연고를 옮겨야 하는 부분이 가장 큰 고민이었습니다. 

 

스타트업 생활은 너무너무 힘들었지만 정말 정말 재밌었습니다. 

이것보다 더 좋은 표현이 떠오르지는 않네요 ^^ 

 

집에서 회사까지 5분 거리였는데 초기 멤버 4명은 매일 새벽 1~2시에 퇴근하고 아침 9시에 출근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문제라는 걸 나중에야 깨달았죠. 초기 멤버가 너무 열심히 일하면 상대적으로 자기 몫을 충분히 다한 직원들이 평가절하되거든요. 이게 정상적인 생활도 아니었고요. 그러다 보니 초기 멤버와 뒤에 합류한 멤버 간의 보이지 않는 선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만든 서비스는 타이밍이 잘 맞아서 J커브를 그려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재무적으로 넉넉치 않다 보니 연봉은 2~3년간 거의 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초기 멤버 간의 불화도 생겨나기 시작했고요. 이 시점에 과거를 돌이켜보니 나는 정말 열심히 일은 했지만 나에게 돌아오는 게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력서를 작성했는데 연봉은 2~3년 전이랑 크게 다를 게 없고 잘 알려지지 않은 스타트업이라 이력서에 한 줄 적어도 임팩트가 없는 회사였습니다. 서비스는 잘 되고 있었지만 그 몫은 대표님, 총괄자의 공이지 저의 공은 아니었습니다. 그동안 기획자로는 정말 많이 성장했는데 시장가치는 2~3년 전 그대로였습니다. 반대로 함께 스터디했던 친구들은 연봉이 천만 원이 올랐네, 요즘 시장가치가 많이 올랐네 이런 이야기들을 하더군요. 그동안 나는 뭐했지?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퇴사를 고민하던 시점에 하나투어에서 M&A 제안이 왔습니다. 우리가 만든 서비스를 인수할 생각은 없고 핵심 인재만 채용하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제작한 앱에 몇 년간 하나투어가 고정 광고를 집행하는 조건으로 대표님과 협의하고, 초기 멤버 3명은 하나투어로 합류했습니다. 저도 이때 함께 합류했는데 이 때는 [서울+여행 분야 최고봉 하나투어+급여인상]이 선택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하나투어에서는 초기 한 두 달간 신사업 계획을 짰습니다. 하나투어의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저작권을 확보한 여행 콘텐츠를 확보해 무료 가이드북을 만들어 초기 유저를 모으고. 유저가 모이면 트립어드바이저, 호텔스컴바인, 스카이스캐너와 같은 리뷰+가격비교 서비스를 구축하자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서비스는 다르지만 사업 성격은 '여행 앱 - 트리플'과 유사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하나투어 임원 보고를 통해 아이디어는 통과됐고 하나투어 내부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속도를 낼 수 없다는 판단 하에 하나투어의 투자를 받아 '투어팁스'를 설립했습니다. 저에게는 두 번째 스타트업이었고 여기서도 회사에 올인했습니다.

 

그런데 이전 회사에서 함께했던 총괄자와 서비스 기획 부분에서 지속적으로 마찰이 발생했고 10개월 뒤에 제가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이전 회사에서 한 번 삐끗했는데 그게 다시 이어진 거죠. 이쯤에는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여행 쪽을 계속해야 할까? 아니면 내가 기획 실력에 자신이 있으면 프리랜서를 해볼까? 그래서 프리랜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GS칼텍스 임원용 태블릿 앱도 만들고, 화상채팅 서비스 컨설팅도 하고, 웅진패스원에서 프리랜서 일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쉽지 않더군요. 프리랜서 특성상 결과물을 빠르게 보여줘야 하는데 해당 분야에 도메인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퇴근해서 계속 해당 분야를 공부해야 하다 보니 앞의 회사만큼이나 빡셌습니다. 다른 프리랜서 분들은 안 그런 것 같은데 제가 일을 어렵게 하는 성향이 있나 봅니다 ^^;; 업무 외에도 힘들었던 점은 저는 사람 간의 유대감을 좋아하는 성향인데 프리랜서 생활은 유대감을 갖기 어려워서 이 생활을 접을까 고민하게 되었고 이 시점에 투어팁스에서 다시 한번 연락이 왔습니다.

 

총괄 기획자가 그만두었으니 다시 돌아오지 않을래?

 

투어팁스는 개인적으로 애정이 많았던 서비스여서 다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이때부터는 마음가짐이 달라졌습니다. 회사에 올인해도 결국 나에게 돌아오는 건 크지 않다. 회사에서는 업무에 충실하고 업무 외 시간에는 개인 브랜딩에 시간을 쓰자. 

 

그래서 기획 책 집필을 시작했고 강의, 블로그, 유튜브, 페이스북 그룹 운영 등 업무 외 시간은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데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야근을 전혀 안 하는 건 아니고요. 무게중심을 옮겼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혹시나 오해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어서 콕 집어서 이야기하면 누군가는 저런 활동을 하면 회사생활에 소홀히 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랜 시간 이 생활을 유지한 제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하면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개인 브랜딩에 힘쓰는 사람 중 일부는 회사 생활을 소홀히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오히려 많은 분들이 회사 생활을 더 충실히 합니다. 밖에서 알려진 게 허울이면 안되고 쪽팔리면 안 되거든요. 회사에서는 빈틈없이 하려고 더욱 신경 써서 일하게 됩니다. 그리고 개인 브랜딩을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기 때문에 내가 성장하는 만큼 회사에도 기여하게 됩니다. 

 

지금의 회사에서는 이러한 저의 활동을 인정해주시기 때문에 4년 가까운 시간을 함께하고 있네요 ^^

 

주절주절 이야기가 많았는데 혹시나 제 이야기가 궁금하셨던 분들은 가볍게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고요. 저와 같은 고민을 하셨던 분들이 계시면 제 경험이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추신 1) 그렇다고 회사에 올인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제 경험상 회사에서 실력으로 인정받을 때까지는 실력을 키우는 게 우선이고, 그러한 레벨에 도달했을 때 개인 브랜딩 쪽으로 전향하시는 게 좋습니다.

 

추신 2) 초기 지분&스톡옵션을 어느 정도 보유하고 있고 회사의 성장성이 높다면 올인하시는 게 좋습니다. 기여한 만큼의 보상도 기대할 수 있고 다른 회사로 이직할 때 평판도 중요하거든요 ^^

 


아래는 기획자의 성장에 참고할 수 있는 정보수집 노하우입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해주세요 : )

 

기획자 조영수
IT Product를 만드는 프로덕트 오너이자, 글/영상/서비스를 만드는 기획자입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나병호 2020.08.29 17:55

    글 잘 읽었습니다. 28살에 뒤늦게 진로를 정해서 서비스 기획 쪽으로 공부 중에 있습니다. 종종 들려서 질문 남기겠습니다. 좋은 글 남겨 주셔서 큰 힘이 됩니다. 앞으로도 많이 써 주세요. :)

  2. 짤랑 2020.08.31 13:48

    안녕하세요 회사에서 기획자 제안을 받아서 뜬금없이 기획 업무를 시작하게 된 지 이제 9 개월이 되어갑니다 :)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개발자들과 부딪히며 업무 진행을 해 오다가 이제는 거의 마찰이 줄어든 상황인데 이게 다 데이먼 님께서 올려주신 많은 팁 덕분이 아닐까 합니다 댓글을 남긴 건 처음이지만 늘 감사드립니다

  3. 차희정 2020.09.10 11:20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종종 들려서 기획자로 힘듬을 충천하고 가도록 하곘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정보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